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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에서 가난하다고 학폭 당했다"…배달 기사의 '눈물'
제이에스피아 (ip:) 평점 0점   작성일 2024-02-02 추천 추천하기 조회수 38
"가난, 내 잘못 아닌데"
어머니는 조울증, 아버지는 치매…안타까운 가정사

택배 상하차 하며 잠도 안 자
감 잃지 않으려 6년째 수능 봐 "의사 되고 싶어"
'헬스터디2'를 통해 2025년 수능을 응시하게 된 정순수씨. /사진=유튜브 미미미누
경제적으로 빈곤하다는 이유로 과학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학폭)을 당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20대 중반 수험생의 사연에 많은 이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지난 1월 31일 유튜브 '미미미누' 측은 '헬스터디 시즌 2'에 참여할 최종 합격 수험생을 공개했다. '헬스터디'는 공부와는 담을 쌓은 N수생을 대상으로 그해 수능 시험까지 모든 강의와 교재, 생활비 등을 전폭적으로 진학하는 대입 콘텐츠다.

합격자 중 한명인 정순수(25)씨는 중학교 재학 당시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으나 고등학교 입학 후 모든 것이 변했다고 했다.

그는 "중학교 당시엔 최상위권이었다. 모든 시험에서 100점을 맞기도 했고 전교 1등을 한 적도 있다. 소심한 성격에도 친구들 공부를 잘 알려주고 착한 학생이니 괴롭힘 같은 걸 당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선생님의 추천으로 한 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한 정 씨는 "입학하면서부터 적응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대치동에서 과고 입시반에서 친해진 애들끼리 무리가 형성되어 있고, 대학 수학까지 끝내고 온 애들끼리 있었다. 발표를 해보라고 하면 당연히 못 푸니까 애들이 낄낄거리고 웃거나 조별 과제를 할 때도 '정순수랑 같은 팀 하면 망한다'고 꼽을 주거나 같이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없어 혼자 했다"고 털어놨다.

본격적인 괴롭힘이 시작된 건 친구 세 명이 정 씨의 노트북을 뒤지다 그의 가정이 경제적으로 곤란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다. 한 친구는 "가난하다는 걸 까발리겠다"고 말했다고.

정 씨는 "가난이 들키면 안 되는 건 줄 알고 너무 무서웠다. 친구 중 한명이 살살 좀 괴롭히라고 저러다가 자살이라도 하면 어떡할 거냐고 비꼬듯이 말하는데 좀 많이 상처받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정 씨는 모든 괴롭힘을 참아가며 학교생활을 이어갔다. 3학년 때 친구가 노트북을 밟아 부수며 또 다른 고통이 시작됐다.

그는 "과고 입학 선물로 아버지가 사준 노트북이었다. 친구가 엄마에게 말하지 말아달라, 대학생 되면 과외해서 갚겠다고 했다. 대학생이 됐는데 잠수를 타는거다. 제가 수시에 다 떨어져서 재수를 해야 했다. 노트북을 사서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 했기에 20살 때 돈을 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트북 구입에 모친이 조울증으로 입원하게 되면서 정 씨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 늘어갔다. 그는 하루 12시간씩 배달일을 했다고 고백했다.

정 씨는 "배달을 하다 사고가 났다. 아스팔트에 갈려 전신이 다 까졌는데 병원비가 아까워 집에서 방문을 닫고 혼자 연고를 바르고 치료했다"고 했다.

'헬스터디2'를 통해 2025년 수능을 응시하게 된 정순수씨. /사진=유튜브 미미미누

아픈 어머니는 병원에, 아버지는 홀로 배달일을 하다 보니 정 씨가 부상한 사실을 누구도 몰랐다고. 그는 "며칠 뒤에 아버지가 발견했는데 제가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급성 패혈증이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죽을 뻔했다더라"라고 떠올렸다.

그는 당시에 대해 "너무 억울했다. 노트북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되어야 하나. 가난하면 많이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일까. 정 씨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렸다고. 그는 "2021년이 가장 힘든 해였다. 아빠를 입원시키려고 대학병원에 데려갔다.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치매, 파킨슨이 의심된다고 했는데 '네가 의대생이라도 되느냐'며 무시당했다. 응급실에서 입원이 안 된다고 했다. 살도 40kg까지 빠져있는데 어쩔 수 없이 집에 데려왔다. 그때가 제 생일이었는데 암울해서 죽으려고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냥 죽기가 너무 억울하더라. 학교 폭력 당한 것도 내 잘못 아니고, 엄마 아빠 아픈 것도 내 잘못 아닌데..."라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부친의 말은 정 씨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그는 "머리는 똑똑한데 다른 애들처럼 과외랑 이런 거 못 해줘서 미안하다고 했다. 아빠한테 너무 미안했다. 그냥 과학고 간다고 하지 말고 일반고 가서 잘해서 의대 갔으면 내가 아빠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 텐데"라며 후회했다.

정 씨는 이후 소심한 자신을 버리고 성격을 고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의 꿈은 의대에 입학하는 것이었다. 의사가 되어 부모를 돌보고, 장기적으로 자신과 같이 힘든 이들을 도와주기 위함이다.

정 씨는 "악착같이 살기위해 노력했다. 택배 상하차 같은 것도 하고 잠도 거의 안 잤다. 그래도 수능은 매년 응시했다. 나중에 아무 준비 안 된 상태에서 봤다가 긴장을 할 수 있으니 올해까지 다섯번을 봤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학교폭력과 가난이 얼마나 아픈 건지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친구들의 공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모든 사람에게 오픈하면 더 이상 부끄럽거나 이런 것도 없는데, 그거 다 내려놓고 족쇄 같은 거 채워진 거 깨버리고 도망치지 않고 정면 돌파 하고 싶다.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려고 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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